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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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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12화 머나먼 유차레(5)
긴 먼지 구름이 아하루 일행의 뒤에 길게 퍼져 올랐다.
"다행이군 그나마 달이 없는 그믐이라"
아하루는 몸을 낮추어 최대한 말 가까이에 붙은 채 중얼거렸다. 거센 바람 소리가 아하루의 귓 가를 스치며 윙 하는 소리를 내었다.
'두두두'
아하루의 일행들이 뭐라고 떠들었지만 말발굽 소리에 묻혀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하루가 고개를 들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저멀리 번뜩이는 갑옷을 온 몸에 두르고 그리고도 모자라 말에게 까지 두터운 갑주를 쒸어 놓았다.
그들도 아하루 일행을 발견했는지 기다란 랜스를 꼬나 들고서는 아하루들이 잇는 쪽으로 말을 몰아 달오고 잇었다.
아하루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저들이 지닌 랜스는 그 길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말이 달려오는 속도와 함께 부딪친다면 단련되지 않은 아하루 일행은 아마 즉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빚 맞더라도 그 충격으로 인해 자연히 낙마하게 될 것이다.
아하루가 이를 악물고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꺼냈다. 칼집에 물려 있는 칼은 달리는 속도에 팔이 눌려서 인지 잘 빠지지 않았다. 아하루는 이를 악물고는 팔을 다시 재개 놀려 칼을 뽑았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아하루의 칼집에서 칼이 뽑혔다. 아하루는 칼을 든 팔을 얼굴 높이 까지 치켜들고는 그대로 쭉 뻗었다.
"랜스만 피하면 된다. 놈들은 우리를 뒤쫒지 못해"
아하루가 스스로에게 납득하란 듯이 발악을 하듯 고함을 질렀다.
"우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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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아하루 일행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앞에서 달려오는 기사들 말고도 그들의 진로 앞쪽으로 양 옆에서 기사들이 말로 달려오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들은 아하루 들이 있는 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달려들고 잇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아하루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아하루의 앞으로 달려오는 기사들의 모습이 점차 커졌다. 그리고 그들의 옆구리에 찬 랜스가 더욱 흉폭한 위용을 자랑하며 아하루들을 위협했다.
순간 아하루의 옆으로 빠르게 뭔가가 쏘아져 나갔다. 아하루의 눈 앞으로 통과한 뭔가는 기사들에게 곧장 날라가더니 기사들에게 날라갔다.
쿼렐이었다. 비록 쿼렐들은 기사들을 맞추지 못하고 허무하게 공중으로 사라졌지만 그에 놀란 듯 기사들의 달려들던 속도가 잠시 주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말 위에서 쏘아 대는 쿼렐인지라 명중률이 극히 낮았던 것이리라. 다시 몇 개의 쿼렐이 날아갔지만 이번에도 쿼렐들은 그냥 허공 중으로 사라져 갔다.
잠시 속력이 주춤 거렸던 기사들이 다시 말에 박차를 가하며 아하루들 앞으로 달려들어오기 시작했다.
(* 쿼렐 : 석궁용 화살)
점차 점차 아하루들과 기사들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기사들이 랜스를 자신의 가슴에 곧추세우더니 아하루들의 몸을 노렸다.
다시금 아하루들의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갔다. 단도였다. 단도는 제법 힘찬 속도로 기사들에게 날아가더니 기사의 몸과 기사가 탄 말에 부딪쳤다. 단도에 맞은 기사 한명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한참을 달려가던 말이 강하게 부딪친 단도와 비틀 거리는 기사의 무게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말 위에 있던 기사가 그대로 땅으로 쏘아지듯 날아올랐다.
넘어진 기사의 바로 옆에서 따랐던 기사의 말이 넘어진 기사와 말을 피하지 못하고 발굽에 걸렸다. 말이 휘청이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말 위에 있던 기사가 말에 탄채 그대로 말과 함께 엎어지고 말았다.
다른 기사들이 넘어져 엎어진 기사 옆을 통과해 아하루들에게 달려들었다. 아하루가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기사의 랜스를 말고삐를 살짝 옆으로 틀어 흘려내고는 자신이 지닌 칼을 강하게 옆으로 뻗었다.
'캥'
"크악"
"욱"
뭔가 강하게 와닺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리며 아하루의 칼이 부러져 나갔다. 아하루의 몸이 휘청이면서 뒤로 꺽여졌다. 아하루가 쥐고 있던 말고삐를 순간적으로 놓치고 말았다. 뒤로 누운 아하루의 눈에 아하루에게 달려들었던 기사가 그대로 땅에 말과 함께 엎어진 것이 보였다.
칼에 갑자기 가해진 압력으로 인해 몸이 뒤로 넘어갔던 아하루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놓쳤던 말고삐를 다시 움켜 쥐었다.
아하루는 달려나가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말을 달렸다. 그리고 기사들의 랜스를 피한 일행들이 그런 아하루의 뒤를 따랐다.
아하루 일행을 스쳐지나간 기사가 한참을 더 가서는 뒤로 돌았다. 어느새 한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기사는 말머리를 돌리고는 가쁜 숨을 몰아 쉬고는 자신이 쓰고 잇던 투구를 신경질 적으로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방금전의 충돌이 있었던 곳으로 말을 몰았다.
자욱했던 먼지가 가라 앉으며 땅에 뒹구는 말과 은빛 갑주를 입은 기사들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말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기사는 가슴팍 갑옷이 우그러져 있었고 그가 쓰고 있는 투구 사이로 빨간 피가 울컥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기사가 다가가 그의 투구를 벗겨 주었다.
기사는 반쯤 희미하게 눈을 뜨고는 자신의 투구를 벗겨준 기사를 한번 힘겹게 올려다 보고는 힘이 다했는지 고개를 꺽어버렸다.
기사가 서서히 식어가는 동료 기사의 몸을 살며시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돌려 다른 기사에게 다가갔다. 땅에 엎어진 기사의 몸을 뒤집어 보는 순간 기사는 낮은 탄식을 흘렸다.
기사의 투구와 흉갑사이의 목에서 하염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잇었다.
"으으"
뭔가 낮은 신음에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음이 나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노만이 배를 뚫린채 피를 쏟으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기사가 자신의 옆구리에 찬 칼을 스르릉 뽑았다. 그리고는 노만의 몸 바로 위에 서더니 칼을 거꾸로 잡고는 노만의 가슴을 겨냥하여 그대로 찔러버렸다. 피가 기사의 얼굴까지 튀었다.

아하루의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방금전의 접전으로 인해 생긴 작은 틈. 아주 작은 멈칫 거림. 기사들은 아하루들의 그런 멈칫 거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재빨리 아하루들의 진로를 가늠하고는 사선에서 아하루와 맞부딪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하루가 자신의 칼을 휘두르다 이미 중간부터 깨어진 것을 보고는 더욱 안색을 굳혔다. 그때 아하루의 옆에 있던 마리안이 큰소리로 외쳤다.
"눈을 감으래요"
아하루가 마리안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뭐?"
마리안이 능숙하게 아하루 곁으로 다가와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훼리나가 마법을 쓰겠대요. 눈을 감으세요"
마리안은 아하루에게 말하더니 아하루의 뒤로 약간 처져 이내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러 움직였다.
아하루가 약간 의아한 눈으로 마리안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마리안은 달리는 말 위에서 마법을 쓴다는 것이 힘든 일인지 눈을 찡그리며 입안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아하루가 다시 정면을 노려 보았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동료의 복수라도 하려는 양 흉폭한 기세를 감추지 않았다.
그들은 랜스 대신 각기 철퇴와 마상용 대도를 들고 아하루들에게 짓쳐들어 오고 있었다.
아하루가 부러진 칼을 움켜 쥐고 앞으로 달려 오는 기사들을 잠시 노려봤다. 모험이었다.
아하루가 말고삐를 더욱 거세게 움켜쥐고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말의 갈기 쪽에 바짝 웅크렸다. 아하루의 몸이 말에 바짝 붙어졌다.
아하루가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았다. 좀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거센 바람소리가 아하루의 귓가로 아우성을 지르며 스쳐가고 있었다.
훼리나가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낼수 있는 가장큰 소리로 외쳤다.
"광명이여 너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라"
손간 훼리나의 손이 갑자기 타오르듯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순간적으로 아하루 일행을 감싸고 주위로 퍼져나갔다.
아하루에게 흉폭하게 달려가던 기사들이 갑작스런 빛이 자신의 노려보는 바로 앞에 터지듯 나타나자 들고 잇던 무기를 떨구고는 자신의 눈을 가렸다.
"크악 내눈"
"으악"
그 빛은 말에게도 영향을 주었는지 말들도 괴로움에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히히잉"
갑작스레 너무 눈부신 빛으로 인해 실명하게된 기사들이 미쳐 날뛰는 말들을 제어하지 못하고 말 위에서 굴러 떨어져 버렸다. 말들은 자신이 태운 기사들이 밑으로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르고 몇 번을 미칠 듯 광란을 하며 내달리다 근처의 다른 말에 부딪쳐 땅에 뒹굴었다.
푸석한 먼지가 말이 뒹굴은 땅위에서 풀석하고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 사이를 아하루 일행이 탄 말들이 바람을 질주하듯 스치고 지나갔다.
말을 겨우 진전시킨 기사 몇 명이 제자리에서 멈춘 뒤 자신의 투구와 손에 낀 건틀렛을 벗어던지고는 눈을 비볐다.
환한 빛의 잔상이 눈에 남아잇었지만 조금씩 밤의 어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사는 마르들을 다독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들과 사람이 함께 땅에 뒹굴며 비참한 신음 소리와 함께 몸부림 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기사가 거친 욕을 내뱉고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아하루 일행은 이미 그들의 곁을 통과해서 저 앞으로 달려나간 뒤였다.
기사는 고개를 떨구고는 바닥을 향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에서 내려와 부상으로 신음하는 동료들이 잇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른 멀쩡한 기사들도 하나 둘 말에서 내려와 말에서 내동댕이 쳐진 자신의 동료에게로 다가갔다.

아하루가 눈을 떳다. 저 앞에서 당황한 다른 기사들이 비로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저지선이 돌파됐음을 깨닳고는 당황한 가운데서도 아하루들의 진로를 막아서려고 말에 채찍을 가하며 질주하고 있었다.
아하루가 그 장면을 보고 외쳤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조금만 가면 유차레다"
아하루가 다시 한번 박차로 말의 배를 걷어찻다. 말은 거친 투레질을 하는 와중에서도 마지막 힘을 쏟으며 더욱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아하루의 일행들이 뒤따랐다.
뿌연 먼지가 마치 장막을 치려는 듯 바깥쪽으로부터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잇었다.
"제발 제발"
아하루가 말의 고삐를 더욱 단단하게 붙잡고는 아하루들의 진로를 확보하려는 기사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멀리 눈 앞의 먼지의 장막들은 빠르게 좁혀져 들어가고 잇었다.
"하"
누군가 말에게 기합을 넣어주려는 듯 외쳤다.
"그대로 돌파한닷"
아하루가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큰 소리로 외치고는 머리를 숙인채 달려 나갔다. 기사들의 은빛 갑옷과 투구속의 빛나는 눈동자들이 바로 눈 앞에서 손으로 잡힐 듯이 가까워 보였다.
그들은 철퇴와 마상도도 버려두고서 몸으로라도 저지 하려는 듯 무작정 아하루 일행들에게 달려들어 오고 잇었다.
하지만 아하루의 일행은 그런 그들의 공세를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아하루 일행이 지나간 자리에 뿌연 먼지 구름이 피어 올랐다.
기사들이 얼굴이 허탈감에 젖었지만 정작 기사들의 불행은 그 직후에 찾아들었다.
"쿠악"
"이히힝"
기사들은 달려가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마주 다가오던 기사들과 몸이 엉킨채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한 무리의 엉킨 말과 사람들이 비명과 고함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몇몇의 기사들이 가까스로 말머리를 돌려 아하루들의 뒤를 쫒기 시작했지만 워낙 중무장된 말과 기사가 타고 있었기에 점차 아하루들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기만 했다.

어느덧 새벽의 먼통이 동편으로부터 뿌엿게 터오는 것을 느끼고 아하루 일행이 비로서 달리던 말을 멈추었다.
"후우"
군나르와 노만이 먼저 말에서 내려 땅에 주저 앉았다. 어느새 그들의 모습은 먼지를 흠뻑 뒤집어 써있어서 온통 흙투성이가 된 채였다.
아하루도 자신의 말을 다독이고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밤새 입고 잇어 땀으로 흠뻑 젖은 갑주를 바닥에 벗어 던졌다.
"후우"
아하루가 얼굴에 흐른 땀을 손으로 닦았지만 오히려 검은 줄무늬만 새겨졌다. 아하루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들도 많이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잇었고 몇 마리는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잇었다.
"여기가 어디쯤일까요?"
카미야가 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세? 어쨌건 유차레에 도착한것일 테지"
아하루도 카미야를 따라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눈부신 황홀한 태양을 바라보고 잇던 아하루의 눈에 검은 색 삐적 마른 말이 들어왔다.
아하루가 자리에 벌떡 일어나서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 말에게 다가갔다. 다크였다.
"이럴수가?"
아하루가 경악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며 다크에게 다가갔다. 삐쩍 마른 볼품 없는 폼새였지만 뭔가 남다른 것이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다크는 아하루가 다가오자 겁을 먹은 듯 꼬리를 살랑 걸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간밤의 질주로 다크도 지쳤는지 이내 아하루의 손길에 잡혔다.
아하루가 말의 머리와 콧잔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말이 잠시 고개를 저으며 아하루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아하루가 말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눈을 맞추었다.
"그래, 다크, 너도 혼자가 되는게 싫었던 게지?"
아하루의 나지막한 말과 쓰다듬는 손길이 점차 마음에 드는 듯 다크가 머리를 쑥내밀더니 아하루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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