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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상인 3. -- 외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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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외딴 방

명상에 잠긴 한스는 오랜 시간 잠이 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몹시 편하면서도 뭔지 모르게 상기된 것 같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잠시 후 한스는 자신의 영혼이 떠오르는 신비한 느낌을 느꼈다. 아래를 보니 정말로, 정말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몹시 기괴한 경험인데도 어쩐 일인지 매우 가볍고 기분 좋은 상태였다.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자 자기도 모르게 문득 어떤 영상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아래에 무서운 공룡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자가 약자를 누르고…. 이어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모든 것이 그 불꽃에 휩싸이고 있었다. 우연이 운명을 결정하고…. 장면이 바뀌며 별들이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다. 억겁의 시간에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고…. 불현듯 원숭이 같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의 손에서 갑자기 불꽃이 타오르며 한스를 덮쳐왔다.

한스는 놀라서 눈을 떴다. 몸도 마음도 더없이 편하고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옆을 보니 아버지가 더없이 편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한스는 다시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다. 마침내 아버지가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스가 돌아보자 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둘은 함께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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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에서 둘은 서로 마주 보았다. 바라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스야, 너도 알다시피 이 아비는 장사꾼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너도 잘 알지?”
“네, 아버지, 그런데 지금 이 회사는 제가 이야기 듣던 것과는 사뭇 다르네요.”
“그럴 거다. 원래는 네가 들었던 것과 같은 일을 했다. 하지만 그때도 꿈이 있었다. 장사꾼도 꿈이 있는 거니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비싸고 귀한 물건을 팔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장사꾼이 되고 싶었다.”
“….”
“한스야,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상품이 뭔지 아느냐?”
“…. 다이아몬드 아닌가요?”
“아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상품은 사람이다.. 나는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 때문에 괴롭구나..”
“네?!”


한스는 중년 여자의 안내를 받아 어떤 방 안으로 안내되었다. 방 안에는 달랑 의자 하나 밖에 없었다. 한스는 그 의자에 앉았다. 반대편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떠밀려 들어와 바닥에 쓰러졌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부류의 키 큰 여자였다. 흰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넘어졌다가 일어나 앉으며 방안을 살폈다. 그녀의 눈을 보며 한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약간 충혈됐다고 할까, 아니면 조금 풀어졌다고 할까.

눈이 마주치자 여자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손으로 바닥을 긁었다. 이상한 행동이었다. 여자는 다시 힐끔 한스를 보았다. 이번에는 뺨이 붉은 것을 보았다. 여자는 또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여자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이유없이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다. 한스는 이 상황이 몹시 거북스러웠다.

여자가 또 한스를 보았다. 오래 동안 계속 보니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종족이 다른 듯 키가 크고 신체 균형이 좀 달라서 그렇지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한스가 사모했던 아리아스보다 훨씬 미인이라 할 만 했다. 여자는 다시 고개를 떨구더니 한쪽 무릎을 들어 올렸다. 무릎 아래로 뽀얀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한스를 등지고 앉았다. 날씬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기묘하게 앉은 키는 별로 커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조금씩 움직이고 팔꿈치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한스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여자를 주시했다. 갑자기 여자가 허리를 활처럼 휘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날카로운 콧날이 보이는가 싶더니 솟아오른 가슴이 보이고는 바로 다시 몸이 바로 서며 채단 같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버렸다.

여자의 몸이 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이리 저리 흔들고 허리와 엉덩이의 움직임도 커졌다. 팔꿈치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여자가 허리를 뒤로 젖혔다. 한스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누운 자세가 된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오른손은 아랫배에 가있고 팔이 연신 움직였다.

여자가 머리를 축으로 하여 허리와 엉덩이를 들었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더듬는 손과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왼손이 원피스의 넥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흰 가슴이 조금씩 보였다 사라졌다. 여자는 머리와 두발로 지탱하며 허리와 다리를 흔들었다.

갑자기 여자의 엉덩이가 도로 땅에 닿더니 머리와 다리를 들고 엉덩이를 축으로 180도 몸을 돌렸다. 여자는 두 다리를 굽히며 벌렸다. 순간 한스의 숨이 막혔다. 여자는 다리를 벌린 채로 보지를 주무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여자가 내는 거친 소리가 들렸다. 한스의 다리가 떨렸다. 여자가 상체를 일으켰다. 어느 틈에 원피스의 넥라인이 찢어져 한쪽 가슴이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여자는 한스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이번에는 한스가 피했다. 여자는 두 팔로 땅을 짚고 기는 자세로 한스를 향해 움직여 왔다. 한스는 갑자기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피할 공간을 찾았다. 여자는 찢어진 넥라인 사이로 보이는 가슴을 출렁이며 다가왔다. 그녀의 눈은 흐릿했고 뺨은 붉었다. 한스는 여자가 다가오자 몸을 의자 깊숙이 기대며 다리를 떨었다.

여자가 다가와 한스의 무릎을 잡으려 했다. 한스는 다리를 옮겨 여자를 피했다. 여자는 한스의 바지 가랑이를 잡았다. 한스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여자를 뿌리치고 의자 뒤로 피했다. 여자가 일어섰다. 의자를 가운데 두고 서로 이리저리 재며 잡고 피하려 했다. 한스를 잡으려던 여자가 발을 헛디디며 의자 위로 넘어졌다.

간발의 차로 한스가 피한 공간으로 의자와 여자가 함께 넘어졌다. 한스가 놀라 쳐다보는 순간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빛. 원망스러운 눈빛을 본 한스는 뭔가 후회스러웠다. 꼭 이랬어야만 했었을까. 의자와 여자가 함께 넘어지는 큰 소리가 나자 문이 열리며 제복을 입은 여자 두 명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방안에 들어와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한 여자는 넘어진 여자를 부축하고 한 여자는 한스를 밖으로 안내했다.


“저녁은 Fighter’s Club에서 드시죠.”
한스는 아까 방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가 중년여자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클럽으로 가는 도중에 한스가 중년여자에게 물었다.
“아까 그 방에서 있었던 일은 어떤 거죠?”
“재공품입니다.’
“재공품?”
‘네, 아직 가공 중이라는 뜻이지요.”
‘가공 중’이라…. 가공 중. 가공 중. 한스는 그 말을 되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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